2021년의 마지막 날, 오키로 동료들과 함께 짧은 종무식을 했다.
다른 회사 다 해보는 거, 우리도 해보자! 이런 건 아니고
종무식이라는 핑계로 짧게라도 다 같이 이야기 나눌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.
매일 한 공간에서 같이 일하지만, 개인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보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다.
게다가 근무시간도 조금씩 다르니, 맞추는 것도 일이고.
나름의 식순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 질문 3가지를 준비해놓고는
각자의 목표와 원하는 바를 들었다.
'아 이 친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'
'이 친구 오키로에 진심이구나'라는 생각을 하면서도
아직 남아 있는 일이 있었던 나는 힐끔 시계를 보기 바빴다.
말일이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많았고, 다음 날 해야 할 업무도
미리 끝내놔야 해서 마음이 급했던 것.
표정을 보아하니, 다들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아
서둘러 마무리를 했다.
"그러면 여기까지 할까요? 아 맞다! 우리 새해에는 더 솔직해지면 어떨까요?
<규칙없음>에서도 <원칙>에서도 극단적인 솔직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
오키로는 그게 아주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.
저는 언제나 여기 있으니 피드백이 필요하거나,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
꼭 말해주세요! 시간을 꼭 만들겠습니다."
그럴듯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, 해를 넘기고 2022년을 맞이했다.
새해의 둘째 날도 저물고 있고.
그런데 마지막 날 나눴던 이야기가 왜 자꾸 찝찝함으로 남을까?
설거지하면서도, 드라마를 보면서도, 책을 보면서도
그러니까 지금의 글은 찝찝해서 쓰는 글이다.
다시 2021년 12월 31일의 오후 오키로를 떠올려 보자.
그 자리에서 말을 가장 많이 삼킨 사람은 나였다.
가장 솔직하지 못했던 사람은 나다.
동료의 의견에, 동의 하지 않으면서 동의하는 척 했다.
'마지막 날인데 좋게 좋게 마무리 해야지'
'할 일도 많은데 괜히 내 의견을 말했다가는 길어질테니까'
'솔직하게 피드백을 주면 상처받을텐데'
솔직함과 가장 멀었던 내가 동료들에게 솔직함 부탁했다.
비겁했다. 너무나 비겁했다.
'내가 솔직해지면, 분명 저 친구 상처 받을텐데'
'저 친구는 울지 않을까?'
'저 친구는 엄청 충격 받을텐데'
'괜히 일하기 불편해지는 거 아닐까?'
혼자 넘겨짚느라 동료들이 솔직해 질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렸다.
나부터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데
'솔직함을 내보이세요' 라고 말했으니.
행동하지 못했고 입만 나불거린 셈.
극단적으로 솔직해질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까?
신뢰와 믿음?
결국엔 내가 가진 패를 먼저 다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?
아이러니하게도 솔직해질 수 있는 환경은 내가 먼저 솔직해져야 하는 일.
동료들이 나의 솔직함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려면 내가 그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하는데
과연 나는 동료들에게 그런 존재일까?
나는 동료들을 100% 신뢰하고 믿고 있는가?
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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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에서 볼 때는 당장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,
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. 후후
먼저 솔직해 지기! 넘겨짚지 않기!
먼저 솔직해 지기! 넘겨짚지 않기!!
올해의 과제!
댓글목록
작성자 송도현
작성일 2022-01-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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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이지영
작성일 2022-01-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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