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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작 / 출판 스토리지북앤필름
크기 106*162m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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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이거나 흐르거나 때로는 나를 넘어 범람하던 말들,

당신에게 무자비하게 뱉거나 묵묵히 삼키던 말들,

내게로 쏟아지거나 증발하던 말들,

나의 언어는 형태를 갖기에 희미하거나 무르다.

못다 한 말

찻물을 올립니다.

여기 묶인 예순 편의 이야기는

들킬 수밖에 없는 저의 일부분이라서

당장 숨을 곳을 찾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.

찻물이 끓으면 당신과 마주 앉아 있는 것처럼

천천히 오랫동안 차를 마시려고 해요.

어땠나요, 라고 묻는 건 관두고 다만,

빈 찻잔에 뜨거운 차를 다시 채울까 해요.

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그건

전적으로 당신 덕분입니다.

시간에 관해 자주 생각합니다.

낭비벽이 심해서 시간 아까운 줄을 모르고 살았네요.

낭비할 수 있는 게 시간뿐이었고

지금도 다르지 않지만

괜한 일에 참 많이도 기웃거렸구나 싶어요.

<수기水記>를 쓰고 오 년이 흘렀다는 걸 알아차렸

을 때도 퍽 담담했지요. 뭐랄까.

이건 너무 나답구나, 싶었달까요. 별수 있나요.

남아 있는 나날도 살던 대로 살아가 보겠습니다.

<수기水記>에 실었던 서른한 편의 글과

그 후의 시간이 담긴 스물아홉 편의

글을 여기에 함께 묶습니다. 말하자면,

즉석떡볶이의 짜장과 고추장 혼합맛처럼

오 년이라는 시간의 혼합인 셈이지요.

어땠나요, 라고 묻는 건 정말이지 관둬 버리고

마지막으로 희망 사항이나 적어볼까 해요.

책장을 넘기면서 당신이, 미량의 다정함을 맛보고

허기를 달랠 수 있다면,

오늘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면

저는 사실,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.


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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